남편의 자가격리 3일째입니다. 지금껏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지만, 제가 아는 사람 중에 Covid-19 양성 결과를 받았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은 느슨하고 해이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무너질 만큼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주변을 돌아봐도 실제 투병기를 들은 적은 없어서, 염려와 두려움은 있을지언정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남편이 방문을 열고 나온 방에서 훅 끼치는 알코올향이 그동안 무지하고 느슨했던 정신을 확 깨우는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남편이 전화로 자가 격리 얘기를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남편을 탓하고 알지도 못하는 동료를원망하기 바빴습니다. 남편의 격리생활 3일째를 맞는 지금은, 주님이 주시는 은혜가 임하여 모든 이들이 평안과 건강을 누리기를 소망하는 마음뿐입니다. 남편이 자가 격리 하루가 지난 뒤, 양성 판정을 받았던 직장동료에 대해서 그러더군요.
자신이 보건소에서 온 전화를 받으며 문진에 답하는 동안, 확진자가 누구인지는 물어봤어도 그 사람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고요. 물론 누구인지 알려주진 않았다더군요. 잘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원망까지 듣고 있을 그 동료를 생각하니, 정말 내 안에 선한 것이 하나 없는 이기적인 모습만 보게 됩니다. 그도 누군가의 소중한 남편이고 아버지이며 자식일 텐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는데, 아무쪼록 상태가 위중하지 않기만을 기도합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부끄러운 모습들이 방울방울 져 내립니다. 전염병으로 죽은 이들은 가족들과의 마지막 이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과 준비되지 않은 이별로 인해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겠지요. 천국 소망조차 없는 이들에게 영원한 육체의 이별이란 허망함이란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공허하고 허무한 것일 테지요.
이번 팬더믹으로 인해 이미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가슴에 묻은 이들을 위해, 현재도 위중함으로 병상에 있는 이들을 위해, 혹시나 모를 감염으로 두려움과 염려를 안고 있을 모든 자가격리자들을 위해, 병상에 있는 가족이나 자가격리자를 돌보는 손길들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임을 고백합니다. 힘들고 아픈 시간이지만 이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고, 주님을 믿는다고 하나 신뢰하지 못한 이들이 주님과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의 위로와 회복, 평안함이 저희 모두에게 동일하게 내려지기를 바라오며, 이 시간을 이끄시고 운행하시는 주님을 온전히 신뢰합니다. 함께 얼굴을 맞대고 식탁에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가족을 주심에 감사합니다.지금껏 주신 평범한 일상들이 감사하고, 그저 무심하게 흘려보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신 이 상황도 감사합니다. 구름이 잔뜩 끼고 천둥 번개가 치고 홍수가 날 만큼 비가 내려도 우리에겐 약속의 무지개가 있으니 그 언약을 붙잡고 오늘을, 이 시간을 견뎌냅니다. 주님의 때가 속히 오기를 기도합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를 싸매시고 회복하게 하시는 주님의 때가 올 것을 신뢰합니다. 그때가 이를 때까지 모든 염려와 두려움이 우리를 이기지 못하도록 주님의 평안을 저희에게 허락하시고, 주님을 온전히 붙드는 믿음을 저희에게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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